이명(耳鳴; 바깥에서 나는 소리가 없는데도 귀나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은 드문 증상이 아닙니다.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1,266명 가운데 지난 1년 사이 이명을 겪었다고 답한 사람이 32.76%였으니 셋 중 하나꼴입니다.1 같은 조사에서 더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청력은 정상인데 이명이 있는 사람들이, 청력은 떨어졌어도 이명은 없는 사람들보다 삶의 질 점수가 낮았습니다.1 덜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쪽이 하루를 더 갉아먹는다는 이야기이고, 청력검사 결과지에 적힌 '정상'이라는 말이 이명 앞에서 그다지 위안이 되지 못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검사가 정상이라면 남는 길은 소리를 줄여 준다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어서, 이명을 검색하면 이명 영양제와 이명 약, 이명에 좋은 음식이 늘 함께 따라 나옵니다. 다만 '무엇을 먹으면 이 소리가 꺼질까'라는 물음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같은 소리가 낮에는 잊고 지낼 만하다가 불을 끄고 누우면 커지고, 잠을 설친 주나 신경 쓸 일이 몰린 주에는 유난히 날카로워지는 이유입니다. 소리의 크기가 그날그날 오르내린다면 그 크기를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고, 연구들은 그 무언가를 적어도 세 군데에서 찾아냈습니다. 둘레가 조용해질 때, 턱과 목에 힘이 들어갈 때, 그리고 잠과 긴장이 흐트러질 때입니다.
01 · 귀에서 삐소리
귀가 멀쩡해도 조용한 방에서는 소리가 들릴까요?
1953년 두 연구자는 청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방음실에 들여보내 무엇이 들리는지 물었습니다. 바깥 소리를 막은 방에서 사람들이 웅웅거리거나 삐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답한 이 실험은 그 뒤로 이명을 다루는 연구마다 거듭 불려 나왔습니다.2 옛 실험이 대개 그렇듯 방법에 빈틈이 있었으니, 정말 귀가 정상이었는지 검사로 확인하지 않았고 '무언가 들리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답을 이끌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 빈틈을 메운 것이 55년 뒤의 재실험입니다. 청력이 정상인 젊은 성인 53명을 무향실(無響室; 벽과 바닥이 소리를 모두 빨아들여 메아리조차 없는 방)에 4분씩 두 번 머물게 하고 들린 소리를 23가지 목록에서 고르게 했더니, 83%가 한 가지 이상을 골랐습니다.3 작동하지 않는 스피커를 방에 놓아 '무언가 들려줄지 모른다'는 암시를 더한 조건에서도 92%여서, 연구진은 암시가 보탠 몫을 작게 보았습니다. 2005년에는 청력이 정상인 젊은 성인 120명이 방음 부스에서 20분을 보냈는데, 64%가 이명과 비슷한 소리를 들었고 대부분은 4분 안에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들린 소리는 '삐' 하고 울리는 소리가 57%로 가장 많았고, 맥박 같은 소리, 윙윙거림, 심장 뛰는 소리,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뒤를 이었습니다.4 진료실에서 이명을 설명하시며 쓰는 '전기 소리처럼 들린다', '고주파 소리가 난다', '귀가 울린다'는 말과 그리 멀지 않은 목록입니다.
- 소리를 들음 44명(83%)
- 듣지 못함 9명
Del Bo 등(2008)의 결과를 디어한의원이 점으로 다시 그렸습니다. 점 하나가 한 사람입니다. 83%를 사람 수로 옮긴 값이라 원 논문의 표와 한두 명 다를 수 있습니다. 건강한 귀도 고요 속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데까지를 보여 주는 결과입니다.
고요에 더해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도 소리를 좌우합니다. 방음 부스에 들어간 66명에게 5분씩 세 가지 일을 시켜 본 연구에서, 원판을 옮기는 퍼즐(하노이의 탑)에 몰두하는 동안 이명 같은 소리를 들은 사람은 19.7%였고, 눈으로 무언가를 지켜보는 동안은 45.5%, 들리는 것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을 때는 68.2%였습니다.5 둘레가 조용할수록, 그리고 마음이 귀로 쏠릴수록 소리는 더 잘 올라옵니다. 불을 끄고 누운 잠자리는 공교롭게도 이 두 조건을 한꺼번에 갖춘 자리입니다.
Knobel·Sanchez(2008), 66명. 원 논문의 수치를 디어한의원이 막대로 다시 그렸습니다.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방에서 소리를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세 배 넘게 달라졌습니다.
이 실험들이 가리키는 것은, 우리가 듣는 소리에 귀로 들어온 소리 말고도 듣는 쪽이 보태는 몫이 있다는 데까지입니다. 다만 방음실의 실험은 그 방 안에서 보낸 몇 분을 잰 것이니, 몇 달씩 이어지는 이명에서는 무엇이 그 소리를 붙잡아 두는지를 따로 물을 차례입니다.
02 · 청력검사 정상
청력검사가 정상인데 왜 귀에서 소리가 날까요?
병원에서 받는 순음청력검사는 헤드폰으로 250Hz부터 8,000Hz까지 정해진 높이의 소리를 하나씩 들려주며, 높이마다 겨우 들리는 가장 작은 소리를 찾아 표에 적는 검사입니다.6 세계보건기구는 양쪽 귀 모두 그 문턱이 20dB 이하면 정상 청력으로 봅니다.7 결과지의 '정상'은 그러니 이 범위의 높이에서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뜻이고, 8,000Hz보다 높은 소리나 귀에서 뇌로 건너가는 신호의 세기는 이 표의 바깥에 있습니다.
순음청력검사 결과지의 모양을 디어한의원이 다시 그린 그림이며, 특정인의 결과가 아닙니다. 위로 갈수록 작은 소리까지 들린다는 뜻입니다. 정상 기준은 세계보건기구(20dB 이하), 검사 높이는 미국 언어청각협회 지침(250~8,000Hz)을 따랐습니다.
2011년 영국 연구진은 바로 이 표에 적히지 않는 자리를 들여다봤습니다. 125Hz부터 8,000Hz까지 청력이 모두 20dB 이하로 정상인 여성 가운데 만성 이명이 있는 15명과 없는 18명의 뇌줄기 청각 반응을 견주었더니, 귀에서 청신경으로 넘어가는 첫 신호(I파)는 이명이 있는 쪽이 22~24% 작았는데 뇌줄기 위쪽에서 잡히는 신호(V파)는 두 무리 사이에 차이가 없었습니다.8 들어오는 신호는 약해졌는데 위에서 받아 든 신호의 크기는 그대로였다는 것인데, 연구진은 이를 뇌가 약해진 입력을 메우려 스스로 볼륨을 올린 흔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렇게 올라간 증폭(중추 증폭; central gain, 귀에서 오는 신호가 줄면 뇌가 그만큼 신호를 크게 키워 듣는 현상)이 바깥 소리 없이도 소리를 만들어 낸다는 설명입니다. 방음실에서 잠깐 올라오던 소리가, 이번에는 방을 나와도 내려가지 않는 쪽으로 기운 셈입니다.
표의 오른쪽 바깥도 비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표준 청력검사가 정상인 이명 환자 75명의 8,000Hz 위쪽을 더 재 보니, 그 높이까지 정상인 사람은 13명뿐이었고 나머지 62명은 15dB을 넘는 손실이 있었습니다. 고음역 손실이 있는 쪽은 나이가 더 많았고 이명 설문 점수도 더 높았습니다.9 102명을 살핀 다른 연구에서는 이 높이의 차이가 보이지 않았으니,10 모든 이명을 숨은 고음역 손실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두 연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청력검사 결과지의 '정상'이 덮는 범위가 분명해집니다. 정해진 높이에서 작은 소리를 잘 듣는지는 그 표에 적히고, 뇌가 소리를 얼마나 키워 듣는지는 적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볼륨을 움직이는 것들 가운데 몇은 귀 바깥에 있습니다.
03 · 턱과 목
이를 꽉 물거나 고개에 힘을 주면 소리가 달라지나요?
소리가 들리는 동안 이를 꽉 물거나, 아래턱을 앞으로 내밀거나, 손바닥으로 이마를 밀며 고개로 버텨 보면 소리가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높이가 바뀌는 분들이 있습니다. 머리와 목, 턱의 움직임이나 근육의 힘으로 크기가 달라지는 이명을 체성 이명(somatosensory tinnitus; 몸의 감각 신호가 소리 인식에 끼어드는 이명)이라고 부르는데, 생각보다 흔합니다. 이명 환자 121명에게 근육에 힘을 주는 동작 16가지를 시켜 본 연구에서는 65.3%가 동작에 따라 소리가 바뀌었고, 이명이 없는 100명 가운데서도 14.0%는 동작만으로 없던 소리가 생겼습니다. 팔다리보다 머리와 목 근육의 동작에서 변화가 더 잘 나타났고, 청력검사 결과와는 관계가 없었습니다.11
국내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진 연구가 있습니다. 이명 환자 163명에게 목과 턱의 동작 19가지를 해 보게 했더니 검사한 귀의 57.1%에서 소리가 달라졌고, 방향도 갈렸습니다. 목 동작은 대체로 소리를 줄였고 턱 동작은 대체로 키웠습니다.12 이런 연구들을 모아 본 2017년 검토에서는 연구마다 33.3%에서 85%까지 차이가 있었으나 평균은 69% 안팎이었고, 턱관절을 움직이는 동작으로 소리가 달라진 경우에는 94% 넘게 소리가 커지는 쪽이었습니다.13
Sanchez 등(2002), Won 등(2013), Ralli 등(2017)의 수치를 디어한의원이 막대로 다시 그렸습니다. 연구마다 동작의 수와 세기, 세는 단위(사람·귀)가 달라 막대끼리 곧바로 견줄 수는 없습니다.
턱관절 질환과 이명이 함께 가는 모습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보입니다. 성인 10,061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턱관절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명이 있을 가능성이 1.69배, 일상에 지장을 주는 이명이 있을 가능성이 1.90배였습니다.14 치과 환자 951명을 살핀 독일 연구에서는 턱관절 장애가 있는 82명 가운데 36.6%가 이명을 겪고 있었는데, 턱관절 장애가 없는 869명에서는 4.4%였고, 한쪽 귀에만 이명이 있는 경우 그 쪽은 늘 턱관절 장애가 있는 쪽과 같았습니다.15
귀와 턱, 목이 이렇게 얽히는 데에는 자리의 이유가 있습니다. 귓구멍 바로 앞, 손가락 하나 거리에 턱관절이 있고, 귀 바로 뒤의 뼈에는 고개를 돌리는 목빗근이 붙습니다. 귀에서 올라온 소리 신호가 뇌줄기에서 처음 모이는 곳(등쪽 달팽이핵)에는 얼굴과 목에서 오는 감각 신호도 함께 들어오는데, 레빈(Levine)은 청력이 양쪽 다 고르고 정상인데 머리나 위쪽 목에 문제가 있는 쪽 귀에서만 이명이 들리는 환자들을 모아, 이 정거장에서 두 신호가 섞이며 이명이 생기거나 커진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16
12
3456- 1귓구멍(바깥귀길). 소리가 들어오는 입구입니다.
- 2턱관절. 귓구멍 바로 앞에 있어, 귀 앞에 손가락을 대고 입을 벌렸다 다물면 움직임이 만져집니다.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으면 이 둘레 근육이 쉬지 못합니다.
- 3꼭지돌기. 귓불 바로 뒤에서 만져지는 뼈로, 목빗근이 여기에 붙습니다.
- 4목빗근. 귀 뒤에서 쇄골 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근육으로, 고개를 돌리고 숙일 때 일합니다.
- 5널판근. 뒤통수 아래에서 목 뒤로 이어지며 머리를 받칩니다.
- 6등세모근. 뒤통수에서 어깨까지 넓게 덮는 근육입니다.
왼쪽은 머리뼈와 아래턱뼈가 만나는 턱관절을, 오른쪽은 목을 옆에서 본 근육을 그린 1918년 그림입니다. 번호와 설명은 디어한의원이 붙였고, 뼈와 근육이 귀와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를 보는 데 씁니다.
Henry Gray, Anatomy of the Human Body(1918). 이미지: Wikimedia Commons Gray309.png, Gray385.png
이 연구들은 턱·목과 이명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한 것이어서,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열어 둔 채입니다. 그래도 소리가 귀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그 둘레의 뼈와 근육에 기대어 있다는 그림은 한결 또렷해졌습니다. 디어한의원에서 이명에 침을 놓을 때 혈자리와 함께 턱과 뒤통수의 근육을 풀어 주는 방식을 쓰는 것도 귀 둘레의 혈류와 신경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04 · 밤에 커지는 이명
왜 하필 자려고 누우면 소리가 더 커질까요?
밤에 이명이 커진다는 말은 기록으로도 확인됩니다. 이명이 있는 350명이 스마트폰 앱으로 하루 중 아무 때나 지금의 소리 크기와 괴로움을 적은 기록 17,209건을 모아 보니, 자정부터 아침 8시 사이에 소리는 더 크게, 괴로움은 더 무겁게 적혀 있었고 이 차이는 그 순간의 스트레스를 감안한 뒤에도 남았습니다.17 방음실 실험을 떠올리면 까닭의 한쪽은 쉽게 짐작됩니다. 낮 동안 소리를 덮어 주던 생활 소음이 걷히고 할 일도 사라진 잠자리는, 고요하고 귀로 마음이 쏠리는 두 조건이 한꺼번에 갖춰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남은 한쪽은 잠 자체입니다. 만성 이명 환자 182명 가운데 76%가 불면증을 겪고 있었고, 이명으로 인한 괴로움이 클수록 잠도 더 흐트러져 있었습니다(상관계수 0.558).18 거꾸로 이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잠이 나빴던 사람일수록 이명이 더 심했다는 연구도 있는데,19 이명이 생긴 뒤에 예전 잠을 떠올려 답한 자료라 선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두 방향의 자료를 나란히 놓으면 고리 하나가 그려집니다. 소리가 잠을 깎고, 깎인 잠이 다음 날 소리를 더 날카롭게 만드는 고리입니다.
소리가 가장 크게 적힌 시간대
이명이 있는 350명이 앱으로 남긴 17,209건의 기록. 스트레스를 감안한 뒤에도 이 시간대의 소리와 괴로움이 컸습니다.
소리 크기와 괴로움의 상관계수
이명이 있는 4,958명의 설문. 1에 가까울수록 함께 움직입니다. 소리가 매우 큰 사람의 3분의 1가량은 괴로움이 가볍거나 중간 정도였습니다.
Probst 등(2017), Hiller·Goebel(2007)의 결과를 디어한의원이 옮겨 적었습니다.
괴로움이 소리의 크기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독일 이명 환자 모임 회원 4,958명의 설문에서 소리 크기와 괴로움의 상관은 0.45에 그쳤고, 소리가 매우 크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괴로움이 가볍거나 중간 정도였습니다.20 같은 소리라도 어떤 몸으로 듣느냐에 따라 견딜 만한 소리가 되기도 하고 하루를 흔드는 소리가 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2009~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1,893명에서는 이명이 있는 사람이 19.7%였고 그 가운데 29.3%가 일상에 지장을 주는 이명이었는데, 40세 이상에서는 스트레스가 바로 이 '지장을 주는 이명'과 이어져 있었습니다.21 앞서 본 성인 10,061명 분석에서도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지장을 주는 이명이 있을 가능성이 1.76배, 우울한 사람은 1.70배였습니다.14 실험실에서 20분 동안 소음을 들려준 연구에서는 이명이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스트레스를 느꼈고, 검사하는 동안 이명 소리도 커졌습니다.22
한의학에서 보는 이명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몸을 긴장시키는 교감신경이 오래 올라가 있고, 그 상태가 길어지면 신경이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귀울림이 생기거나 심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명이 있는 분들은 잠을 설치거나, 집중이 흩어지고 머리가 멍하거나(브레인포그),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와 가슴 두근거림, 답답함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증상이 이명보다 먼저 시작됐거나 더 괴롭다면 자율신경실조증과 자다가 자꾸 깨는 선잠에 관한 글도 함께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05 · 이명 한의원
디어한의원에서는 이명을 어떻게 진료할까요?
맨 위 사진은 디어한의원 문진표의 한 칸입니다. '이명'은 두통, 어지러움, 목과 어깨가 늘 뻐근하고 결리는 것, 아침에 유난히 피곤한 것, 가슴 두근거림과 같은 표 안에 나란히 있습니다. 앞에서 본 연구들이 이명을 고요와 턱·목, 잠과 긴장에 이어 붙였듯, 진료도 이명만 따로 떼어 묻지 않고 그 둘레를 함께 묻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명이 처음 생긴 때와 이어지는 시간, '삐'인지 '윙윙'인지 '쏴아'인지 같은 소리의 생김새, 어떤 상황에서 커지는지, 함께 있는 증상과 체질을 고루 확인한 뒤 한의학의 변증(辨證; 증상과 몸 상태를 묶어 원인의 갈래를 가리는 것)에 따라 처방을 정합니다. 한의학은 이명을 신허(腎虛), 간열(肝熱), 습담(濕痰), 기혈양허(氣血兩虛) 같은 갈래로 나누어 설명하고, 같은 '삐' 소리라도 몸 상태와 증상에 따라 처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신허신장을 보하고 정기를 더하는 처방
- 습담담습을 걷어 내고 귀 둘레 순환을 올리는 처방
- 기혈양허기혈을 보강해 회복력과 체력을 높이는 처방
- 간열간열을 내리고 스트레스와 울체(鬱滯)된 것을 풀어 주는 처방

침은 귀 둘레의 혈류와 신경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혈자리와 함께 턱과 뒤통수의 근육을 풀어 주는 방식으로 놓습니다. 필요에 따라 염증을 가라앉히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목적의 약침(藥鍼; 한약에서 얻은 약액을 혈자리에 넣는 치료)을 더하기도 하고, 한약과 침 치료는 함께 이어 가시기를 권합니다. 침과 뜸이 이명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무작위 대조시험 34편, 3,086명을 모은 2023년 메타분석에서는 침·뜸을 받은 쪽이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받은 쪽, 치료를 받지 않은 쪽보다 이명으로 인한 장애 점수, 치료에 반응한 비율, 소리 크기 점수, 불안·우울 점수가 모두 나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23 여러 치료를 한 그물로 견준 다른 메타분석(2,575명)에서는 혈자리에 약액을 넣는 치료와 따뜻한 침을 함께 쓴 방식이 반응 비율에서 가장 앞섰습니다.24 국내 한 한의원에서 이명으로 치료받은 110명의 기록을 돌아본 연구에서는 평균 두 달의 치료 뒤 55.5%가 나아졌고, 두통이 함께 있는 분들에게서 목의 뻣뻣함과 어지러움이 더 흔했습니다.25
그 두 달이라는 숫자에도 뜻이 있습니다. 이명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한 번 흐트러진 신경의 질서를 되찾는 데에는 어느 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귀에서 들리는 소리가 되풀이되어 왔다면 '잠깐 이러다 말겠지' 하고 넘기기보다 일찍 살펴보는 편이 낫고, 그 사이 몸에서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여 주실수록 회복이 빨라집니다. 디어한의원은 예약 우선제로 진료하고 있어서 내원하시기 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06 · 오늘부터
오늘 밤부터 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소리를 적어 보시면 좋습니다. 언제 들렸는지, '삐'인지 '윙윙'인지,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이를 꽉 물거나 고개를 돌릴 때 달라지는지, 전날 잠은 어땠는지를 적어 두면 소리가 커지는 조건을 가늠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고요, 턱·목, 잠과 긴장 가운데 어디에 내 이명이 기대어 있는지를 집에서 짚어 보는 방법이기도 하고, 진료 때 처방을 정하는 재료로도 쓰입니다.
이명처럼 되풀이되기 쉬운 증상일수록 치료 못지않게 생활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고, 그 바탕은 잠을 충분히 확보하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잠이 모자라면 자율신경이 흔들리고 감각이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귀울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폰과 헤드셋도 살펴볼 자리입니다. 운동할 때, 대중교통에서, 공부나 업무를 할 때까지 이어폰을 오래 끼는 생활이 흔해졌는데, 긴 시간의 이어폰 사용과 큰 소음은 청각 신경을 심하게 자극할 수 있어 피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80dB이면 일주일에 40시간까지, 90dB이면 4시간까지를 안전한 범위로 보고, 기기 음량은 최대치의 60%를 넘기지 말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한 시간마다 10분씩 조용한 곳에서 귀를 쉬게 하라고 권합니다.26
이명 영양제를 고르던 물음을 '언제 커지는가'로 바꾸어 보면, 처음의 그 소리는 고요와 턱·목, 잠과 긴장에 따라 크기를 바꾸는 소리로 다시 보입니다. 삐 소리인지 윙윙거리는 소리인지, 언제부터 얼마나 이어졌는지, 어느 때 커지는지. 처방은 그 세 가지에서 시작하고, 디어한의원은 지금의 몸과 증상에 가장 잘 맞는 약으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07 · FAQ
이명 FAQ
청력검사에서 정상이라는데 이명도 한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나요?
네, 진료받으실 수 있습니다. 청력검사가 정상이어도 이명이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고, 디어한의원에서는 이명이 생긴 시기와 이어진 시간, 소리의 생김새, 함께 있는 증상과 체질을 고루 확인한 뒤 변증에 따라 한약과 침으로 진료합니다.
이명은 왜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심해지나요?
피로가 쌓이거나 스트레스가 이어지고 잠이 모자라면 몸을 긴장시키는 교감신경이 오래 올라가 있고, 신경이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져 귀울림이 생기거나 심해지기 쉽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일상에 지장을 주는 이명이 있을 가능성이 1.76배였습니다.
이명은 왜 밤에 더 크게 들리나요?
이명이 있는 350명의 기록 17,209건에서 소리는 자정부터 아침 8시 사이에 가장 크게 적혔습니다. 생활 소음이 걷혀 둘레가 고요해지고 귀로 마음이 쏠리기 쉬운 시간이라 같은 소리도 도드라지고, 잠이 흐트러지면 다음 날 소리가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고리도 생기기 쉽습니다.
이를 꽉 물거나 고개를 돌리면 이명이 달라지는데 왜 그런가요?
귀에서 올라온 소리 신호가 뇌줄기에서 처음 모이는 곳에 얼굴과 목의 감각 신호도 함께 들어오기 때문으로 설명합니다. 이명 환자 121명을 살핀 연구에서 65.3%가 근육에 힘을 주는 동작에 따라 소리가 바뀌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턱과 뒤통수 근육을 함께 풀어 주는 침 치료를 진료에서 상의하실 수 있습니다.
이명 치료는 얼마나 걸리나요?
이명은 갑자기 찾아오지만, 흐트러진 신경의 질서를 되찾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리가 되풀이되어 왔다면 일찍 살펴보실수록 좋고, 얼마나 걸릴지는 이명이 이어진 기간과 동반 증상을 보고 진료에서 함께 정합니다.
참고자료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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