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접어들면 출근길 지하철 칸마다 마른기침이 하나둘 섞이고, 편의점 온장고에는 유자차와 생강차 병이 다시 채워집니다. 목이 칼칼한 아침이면 이 감기를 얼마나 빨리 떨쳐 낼 수 있느냐가 그날 가장 실용적인 질문이 되기 마련인데, 이번 주에 발표가 잡혀 있거나 미룰 수 없는 약속이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그런 날 알고 싶은 것은 대개 하나, 오늘 당장 무엇을 하면 되느냐일 것입니다.
감기는 대개 이삼일에 걸쳐 증상이 차오른 뒤 1~2주 사이에 낫는 병이고,1 많은 분이 기대를 거는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이 병의 날짜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감기 환자 1,147명이 참여한 시험 여섯 편을 모아 보니 항생제를 먹은 쪽과 가짜 약을 먹은 쪽은 낫지 않고 남은 비율에 차이가 없었고, 성인에게서는 부작용만 2.6배로 늘었습니다.2 그러니 감기를 빨리 낫게 한다는 말을 손에 잡히게 옮기면, 감기가 지금 어느 증상을 지나고 있는지 알고 그 증상을 덜 앓으며 다음 증상에서 길어지지 않게 넘기는 일이 됩니다. 그 순서를 알면 오늘 할 일도 정해집니다.
01 · 감기 빨리 낫는법
감기 빨리 낫는법, 감기는 어떤 순서로 지나갈까요?
직장에서 모집한 성인 104명을 4년 동안 지켜보며 이들이 걸린 감기 226건을 첫날부터 기록한 연구가 있습니다. 기록은 대부분 감기가 시작된 지 24시간 안에 시작됐고, 감기의 첫 신호는 대개 목 따가움이었습니다. 날마다 가장 괴로운 증상 하나를 꼽게 했더니 첫날은 목 따가움, 이틀째부터 닷새째까지는 코막힘, 엿새째와 이레째는 기침이었습니다.3 그렇다고 증상이 한 줄로 차례를 지켜 오는 것은 아니어서, 처음 나흘 동안은 코막힘과 콧물, 목과 머리의 통증, 으슬으슬한 열감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기침도 처음부터 조금씩 섞여 있다가 감기 끝자락에 이르러 가장 성가셔졌습니다.
Witek 등(2015)이 성인 감기 226건에서 날마다 '가장 괴로운 증상 하나'를 물은 결과를 띠로 옮겨 그렸습니다. 증상의 세기나 끝나는 날을 그린 것은 아닙니다. 1~2주 안의 회복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안내이고, 사람마다 짧거나 길 수 있습니다.
같은 '빨리'를 바라더라도 첫날 목이 따가운 사람과 사흘째 코가 꽉 막힌 사람, 일주일째 기침만 남은 사람에게 맞는 답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첫날에는 목을 달래며 몸을 일찍 눕히는 일이, 사흘째에는 막힌 코를 열어 두고 콧물이 고이지 않게 하는 일이, 일주일째에는 남은 기침이 3주를 넘기지 않는지 지켜보는 일이 그날의 '빨리'가 됩니다. 일주일을 넘겨 기침만 남았다면 잔기침이 원래 며칠 가는지부터 보시는 편이 낫고, 그 앞의 일주일은 목과 코의 시간입니다.
다만 며칠째인지와 상관없이 진료를 서두를 때가 있습니다.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프거나, 열이 사흘 넘게 이어지거나, 증상이 오히려 심해지거나, 당뇨나 심장·폐·콩팥 질환이 있거나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이 약한 분이 감기에 걸렸다면 날짜를 기다리지 마십시오. 아이의 감기 증상이 걱정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1
02 · 목감기 빨리 낫는법
목감기 빨리 낫는법, 목이 따가운 첫날에는
목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일으킵니다. 목이 아픈 성인 가운데 세균,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A군 연쇄상구균이 원인인 경우는 5~15%로 추정되고, 나이를 가리지 않고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입니다.4 목감기가 대개 일주일 안에 가라앉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목이 아파 진료를 받은 사람 1만 5천여 명이 참여한 시험 29편을 모은 코크란 분석에서, 항생제 없이 지낸 사람의 82%가 일주일 안에 목 증상이 사라졌습니다.5 시험의 상당수가 1950년대에 이루어진 만큼 날짜까지 그대로 옮겨 오기는 어렵지만, 목감기의 시간이 대체로 일주일 안쪽이라는 경과는 충분히 읽히고, 목감기의 '빨리'는 그 일주일을 덜 아프게, 코와 기관지로 덜 번지게 지내는 일입니다.
- 콧물·코막힘·기침·쉰 목소리가 함께 옵니다.
- 항생제 없이 지낸 사람의 82%가 일주일 안에 목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 열이 나고 편도에 하얀 고름 같은 것이 낍니다.
- 턱 밑 목의 림프절이 붓고 누르면 아픕니다.
- 기침·콧물·쉰 목소리는 대개 없습니다.
원인 비율과 증상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 82%는 Spinks 등(2021)의 코크란 분석에서 가짜 약을 먹거나 치료하지 않은 쪽의 결과입니다. 함께 오는 증상은 짐작을 돕는 단서이고, 원인은 진료에서 확인합니다.
목이 따가운 첫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로는 가글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맹물 가글을 사람에게서 잰 시험은 감기에 덜 걸리는 쪽을 보여 줍니다. 일본 연구진이 건강한 성인 387명을 세 무리로 나눠 겨울 60일을 지켜보니, 하루 세 번 이상 맹물로 가글한 사람들은 감기 같은 상기도감염에 처음 걸리는 비율이 가글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36% 낮았고, 소독약을 푼 가글은 맹물만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습니다.6 감기가 도는 철이라면 식구 모두가 오늘부터 해 볼 만한 일입니다. 이미 목이 따가운 사람에게는 따뜻한 물을 자주 머금어 마른 목을 적시고, 말을 아끼고,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첫날의 일입니다.
03 · 코감기
코감기, 누런 콧물은 세균이 들었다는 뜻일까요?
감기 콧물은 대개 물처럼 맑게 흐르는 것으로 시작해, 며칠이 지나면 끈적해지고 누렇게 바뀝니다. 염증이 생긴 코 점막으로 백혈구의 한 갈래인 호중구 같은 면역세포가 몰려들고, 그 세포들과 함께 쏟아진 단백질과 부서진 세포 찌꺼기가 점액에 섞이면서 색과 끈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누런 콧물은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 남긴 흔적이라 색만 보고 세균 감염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누런 콧물이 이어지는 사람들에게 항생제를 쓴 시험 네 편(723명)을 모아 보아도, 항생제를 먹은 쪽에서 누런 콧물이 남은 비율은 가짜 약을 먹은 쪽과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2
따져 볼 것은 누런 콧물에 다른 것이 함께 따라붙을 때입니다. 코 주변의 빈 공간인 부비동의 점막까지 부으면 점액이 빠져나갈 길이 좁아져 안에 고이고, 그러면 광대뼈 언저리나 눈 밑이 묵직하게 눌리고 머리가 무거우며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됩니다. 축농증(부비동염)이 시작될 무렵 많은 분이 "감기가 오래가네요"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감기 증상이 열흘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으면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합니다.1
한편 열도 몸살도 없이 맑은 콧물과 재채기만 몇 주째 이어지거나 해마다 같은 철에 되풀이된다면 비염을 먼저 생각해 볼 일이고, 환절기 비염은 감기와 보는 법부터 다릅니다.
04 · 감기에 좋은 음식
감기에 좋은 음식,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면 될까요?
감기에 좋은 음식을 찾기 시작하면 생강차, 유자차, 배숙, 마늘, 닭고기 수프까지 목록은 끝없이 길어집니다. 그런데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실제로 먹여 보고 경과를 잰 연구가 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적어서, 같은 목록을 근거의 높이에 따라 다시 세워 보면 사정이 꽤 달라집니다.
- 생강차 · 유자차 · 배숙
-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먹여 경과를 잰 시험은 찾지 못했습니다.
근거의 높이는 문헌을 찾아 필자가 나눈 것입니다. 시험을 찾지 못한 음식은 아직 재 보지 않은 음식입니다.
그렇다면 감기에 좋은 음식은 앓는 며칠 동안 몸이 먹고 마실 수 있게 해 주느냐로 고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목이 따가운 첫날에는 삼키기 편한 미지근한 죽이나 국물,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느라 목이 바싹 마르는 사흘째에는 자주 홀짝일 수 있는 따뜻한 차, 열 때문에 입맛이 없는 날에는 무엇이든 넘어가는 것이 그날의 좋은 음식입니다. 생강차와 유자차, 배숙은 이 기준이라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고, 거기에 꿀을 한 숟갈 타면 근거까지 하나 보태는 셈입니다. 12개월이 안 된 아기에게는 꿀을 주지 않습니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 마시면 감기가 떨어진다는 오래된 이야기는, 적어도 위의 어느 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05 · 감기 한의원
강남역 디어한의원의 감기 진료
감기는 한의학이 오래 다뤄 온 병이기도 합니다. 2021년 대한한방내과학회가 국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으로 펴낸 「감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성인 감기에 한약과 침을 권고하고 있고,11 2025년 한 해 동안 감기(급성 비인두염)로 한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사람은 20만 9천여 명이었습니다.12
그 권고를 받치는 시험 가운데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감기 증상이 시작된 지 48시간이 안 된 480명을 모집해 두 가지 감기 한약과 가짜 약을 겉모양이 같은 캡슐에 담아 무작위로 나눠 먹게 한 이중맹검 시험에서, 한약을 먹은 쪽의 감기 증상 점수가 닷새째에서 이레째 사이에 가짜 약을 먹은 쪽보다 낮았습니다. 그 차이는 으슬으슬 춥고 맑은 콧물이 흐르는 모습의 감기에서 더 뚜렷했습니다.13 같은 감기라도 어떤 모습으로 앓고 있는지에 따라 맞는 처방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디어한의원에서 감기로 오시는 분들을 보면 일주일 안에 깨끗이 지나가는 감기도 많지만, 감기 끝이 번번이 축농증으로 번지거나, 항생제를 먹는 동안만 잠깐 괜찮아지거나, 비염과 목 뒤로 넘어가는 콧물이 철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코의 염증은 목과 기관지로 넓어지기 쉽고, 잦은 감기는 비염이 기침으로, 기침이 천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앞당기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약은 지금 앓는 감기를 가라앉히는 데 먼저 쓰고, 같은 길로 되풀이되는 분이라면 끈적하게 고이는 콧물과 가래를 덜고 잠과 회복력을 되찾아 반복되는 염증을 줄이는 데까지 목표를 넓힙니다.
디어한의원은 월·화·수·금요일 저녁 8시까지, 목요일은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문을 엽니다. 예약 우선제로 진료하고 있어서 내원하시기 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목인지 코인지, 며칠째인지만 알려 주셔도 그다음은 함께 정할 수 있습니다.
06 · FAQ
감기 FAQ
감기와 독감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시작하는 모양이 다릅니다. 감기는 이삼일에 걸쳐 서서히 차오르고 열은 드물며 몸살도 가벼운 편인데, 독감은 갑자기 시작해 열과 심한 몸살, 피로, 두통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14 올해는 질병관리청이 9월 11일에 일찌감치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냈을 만큼 독감이 빨리 돌기 시작했으니,15 질병관리청이 독감 의심 환자로 세는 기준도 38℃ 이상의 열과 함께 기침이나 목 통증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열과 온몸의 몸살이 갑자기 함께 왔다면 독감을 먼저 의심하고 진료를 받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감기에 항생제를 먹으면 빨리 낫나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기에서는 항생제가 낫는 날짜를 줄이지 못했고, 성인에게서는 부작용만 늘었습니다. 감기 끝에 이어지는 누런 콧물에도 항생제를 먹은 쪽과 가짜 약을 먹은 쪽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2 열이 나고 편도에 하얀 고름이 끼면서 기침과 콧물은 없는 목감기라면 세균을 의심해 볼 만해, 진료에서 따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비타민C를 먹으면 감기가 빨리 낫나요?
평소에 꾸준히 먹어 온 성인은 감기를 앓는 기간이 8%쯤 짧았지만, 감기에 걸린 뒤에 먹기 시작한 시험들에서는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8 이미 걸린 감기라면 잠과 수분, 막힌 코와 마른 목을 돌보는 일이 먼저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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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tek TJ, Ramsey DL, Carr AN, Riker DK. The natural history of community-acquired common colds symptoms assessed over 4-years. Rhinology. 2015;53(1):81-88. doi:10.4193/Rhino14.149
- CDC. Clinical Guidance for Group A Streptococcal Pharyngitis.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gov
- Spinks A, Glasziou PP, Del Mar CB. Antibiotics for treatment of sore throat in children and adults.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1;12:CD000023. doi:10.1002/14651858.CD000023.pu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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