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혈당은 여덟 시간 넘게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아침에 잰 숫자입니다. 먹은 것이 없는 몸에서 잰 혈당이 높게 나왔다는 얘기이니, 가만히 따져 보면 좀 이상한 일입니다. 단것을 즐기지 않는 분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줄일 것이 없는 사람에게 결과지가 줄이라고 하는 꼴이니 말입니다.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으면 끊을 음식의 목록부터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일단, 그 셈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침의 숫자에 한해서는 과녁이 조금 옆에 있습니다. 밤새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 몸에 당을 대는 쪽은 식탁보다 몸 안에 있고, 그 숫자에는 잠과 긴장과 그동안의 체중이 함께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끊을지 고르기에 앞서 그 당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생깁니다.
혼자 받은 소식도 아닙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24년 팩트시트에 실은 비율을 100명으로 줄여서 한 줄로 세우면 이런 모양이 됩니다.1
한 칸이 한 사람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 2024(2021~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30세 이상)의 전단계 41.1%, 당뇨병 15.5%와, 당뇨병인 사람 가운데 인지 74.7%, 치료 70.9%, 조절 32.4%라는 비율을 사람 수로 환산한 것은 이 글의 셈입니다. 당뇨병 15.5%는 열여섯 칸으로 그렸습니다.1
100명 가운데 마흔한 명이 같은 구간에 서 있습니다. 눈여겨볼 쪽은 옆의 열여섯 명입니다. 이미 당뇨병인 이분들 가운데 자기가 당뇨병인 줄 아는 사람은 열두 명쯤이고, 당화혈색소가 6.5% 아래로 잡혀 있는 사람은 다섯 명쯤에 그칩니다. 넷은 모르는 채 줄에 서 있습니다. 목이 마르고 살이 빠져서 병원을 찾을 무렵이면 이미 여러 해가 지나 있기 쉬운 병이어서 그렇습니다.
결과지의 한 줄은 그 반대편에서 온 소식입니다. 아무 증상도 없을 때 숫자가 먼저 일러 주었으니, 줄에 선 100명 가운데 자기 자리를 아는 쪽에 드셨습니다. 저는 이 한 줄을 나쁜 소식으로만 읽지 않습니다. 늦게 안 사람보다 일찍 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싱겁지만 틀리지 않은 얘기에 이번에는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01 · 결과지
공복혈당장애 의심, 결과지의 숫자 셋이 재는 것
혈당을 말하는 검사는 많아야 셋이고, 셋 가운데 하나라도 가운데 칸에 들면 당뇨병 전단계라고 부릅니다.2 국가건강검진의 기본 항목은 공복혈당이어서, 결과지에 찍히는 말이 '공복혈당장애 의심'입니다.
| 검사 | 무엇을 재나 | 정상 | 전단계 | 당뇨병 의심 |
|---|---|---|---|---|
| 공복혈당 | 여덟 시간 넘게 굶은 아침의 혈당 | 100 미만 | 100~125 | 126 이상 |
| 식후 2시간 혈당 | 포도당 75g을 마시고 두 시간 뒤의 혈당 | 140 미만 | 140~199 | 200 이상 |
| 당화혈색소 | 지난 두세 달 혈당의 평균 | 5.7 미만 | 5.7~6.4 | 6.5 이상 |
혈당의 단위는 mg/dL, 당화혈색소의 단위는 %입니다.2
같은 피에서 나온 숫자여도 셋이 묻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공복혈당은 밤새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 몸이 혼자 맞춰 놓은 값이고, 식후 2시간 혈당은 들어온 당을 얼마나 빨리 치우는지를 봅니다. 당화혈색소는 그 둘이 두세 달 동안 쌓인 평균입니다. 회사로 치면 야간 당직과 낮 근무와 분기 실적쯤 되는 사이입니다. 한 몸 안에서도 성적은 따로 놉니다. 공복 쪽에서 걸리는 사람과 식후 쪽에서 걸리는 사람이 겹치는 비율이 4분의 1에 그친 집단도 있었습니다.3 셋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셋 가운데 이름이 가장 낯선 것이 당화혈색소입니다. 피 속의 붉은 혈색소에 당이 붙어 있는 비율을 말하는데, 적혈구가 넉 달쯤 살다가 바뀌기 때문에 이 숫자에는 지난 두세 달의 혈당이 고르게 배어 있습니다. 전날 저녁을 굶거나 며칠 조심한 것으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 숫자입니다. 공복혈당이 그날의 사정을 탄다면 당화혈색소는 그동안의 살림을 보여 주어서, 공복혈당이 높게 나온 분이 다음에 재 볼 숫자가 이것입니다.
표에 그어진 100이라는 선에도 내력이 있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1997년에 공복혈당 전단계의 문턱을 110으로 잡았다가 2003년에 100으로 내렸고, 세계보건기구는 2006년 기준에서도 110을 그대로 두었습니다.3 우리 진료지침의 선은 100입니다. 그러니 공복혈당 104는 우리 결과지에서는 전단계이고 세계보건기구의 표에서는 정상입니다. 그 사이 몸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선이 내려온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당뇨병이 생길 위험은 정상이라 부르는 범위 안에서부터 숫자를 따라 올라갑니다. 2012년 《랜싯》에 실린 한 종설은 혈당을 칸으로 나눌 때보다 이어진 값으로 다룰 때 위험을 더 잘 맞힌다고도 적었습니다.3 선은 학회가 그은 금이고 몸에는 그런 금이 없어서, 99와 101 사이에서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금을 넘었느냐보다 금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고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느냐가 이 숫자에서 건질 정보입니다.
한 번 잰 값으로 정해지는 일도 아닙니다. 전날의 늦은 식사와 모자란 잠, 그날의 긴장에 따라 아침 수치는 움직이고, 전단계라는 판정은 다시 재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는 비율이 절반쯤입니다. 당뇨병 판정이 70%를 넘는 것과 견주면 꽤 흔들리는 판정입니다.3 그러니 결과지의 이 한 줄은 다시 재 보자는 표시로 받으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한 번 정상이 나왔으니 없던 일로 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두 번 재서 한 번 걸리는 사람은 금 근처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02 · 까닭
공복혈당 높은 이유, 단것을 안 먹는데도
먹은 것이 없는 아침에 그 당은 어디서 왔느냐는 처음의 물음에는 짧은 답이 있습니다. 간입니다. 몸은 자는 동안에도 뇌와 온몸에 연료를 대야 해서, 간이 저장해 둔 당을 밤새 조금씩 풀어 혈액에 싣습니다. 앞의 종설은 공복혈당이 몸 안에서 만들어 내보내는 당으로 정해지고 그 일의 대부분을 간이 맡는다고 적었습니다.3 아침의 숫자가 재는 것은 간의 야간 배급량입니다.
배급을 조이는 일은 인슐린이 합니다. 그런데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은 글루카곤, 아드레날린, 코르티솔처럼 여럿이고 내리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뿐입니다. 풀자는 결재는 여러 부서에서 올라오는데 반려 도장은 한 사람만 쥐고 있는 회사와 같아서, 그 한 사람의 말이 덜 먹히기 시작하면 창고는 여는 쪽으로 기웁니다.
새벽은 이 균형이 한 번 더 흔들리는 시간입니다. 잠에서 깰 채비를 하느라 코르티솔이 새벽녘에 오르고, 그에 맞춰 간이 당을 더 풉니다. 건강한 몸은 인슐린을 조금 더 내어 이것을 덮지만, 인슐린이 덜 듣는 몸에서는 덮지 못한 몫이 아침 수치에 그대로 남습니다.
- 밤사이에는 간이 저장해 둔 당을 조금씩 풉니다.
- 새벽에는 코르티솔이 오르며 간이 당을 더 풉니다.
- 아침 공복. 검진이 재는 자리입니다. 옅은 선은 인슐린이 덜 듣는 몸입니다.
- 식사 뒤의 봉우리는 식후 2시간 혈당이 보는 자리입니다.
설명을 위해 그린 개념도이며 실제로 잰 값이 아닙니다.
공복혈당만 높은 분들을 따로 잰 연구들이 이 그림과 맞아떨어집니다. 이분들은 간에서 인슐린이 덜 듣는 것이 두드러지고 근육은 정상에 가까웠으며, 식후 혈당이 높은 분들은 거꾸로 근육 쪽이 두드러졌습니다.4 같은 전단계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탈이 난 자리는 서로 다릅니다. 단것을 끊었는데도 아침 숫자가 꿈쩍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까닭은 식탁보다 밤에 있습니다.
그러면 단것은 상관이 없느냐 하면, 그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것과 흰쌀밥은 식후의 숫자를 올리고, 체중을 불려서 돌아오는 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침 숫자를 보면서 어제의 디저트만 탓하면 번지수가 틀린다는 데까지가 제 얘기입니다.
밤에 있는 까닭 가운데 손이 닿는 것이 잠입니다. 건강한 젊은 남성 열한 명을 엿새 동안 하루 네 시간만 침대에 있게 한 실험이 있습니다. 같은 사람들을 엿새 동안 열두 시간씩 눕혀 잠 빚을 갚게 한 뒤와 견주었더니, 잠을 줄인 엿새 끝에는 당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저녁의 코르티솔이 올라 있었습니다.5 저자들은 그 모습이 나이 들면서 생기는 변화와 닮았다고 적었습니다. 열한 명을 엿새 본 실험이니 몇 시간을 자라는 답까지는 못 줍니다. 말해 주는 것은 멀쩡한 몸도 잠이 모자란 것만으로 당 대사가 움직인다는 데까지입니다.
혈당을 올리는 일상의 버릇을 꼽으라면 저는 다섯을 듭니다. 들쭉날쭉한 식사 시간, 늦은 시간의 자극적인 음식과 과한 탄수화물, 모자라거나 얕은 잠, 스트레스와 쌓인 피로, 줄어든 활동량입니다. 다섯 가운데 접시 위에 놓인 것은 하나 반쯤이고, 나머지는 시계와 침대와 의자에 있습니다. 식단표를 바꾸기 전에 이 다섯 가운데 내 것이 무엇인지부터 짚어 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잘 주무시고 스트레스를 줄이시라는 말은 건강 칼럼이 가장 손쉽게 쓰는 문장이어서, 적으면서도 조금 멋쩍습니다. 다만 공복혈당에 한해서는 이 싱거운 문장 뒤에 간과 코르티솔이라는 주소가 붙어 있습니다. 싱겁다고 틀린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03 · 확률
당뇨 전단계는 얼마나 당뇨로 가나
전단계라는 말은 '아직'이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아직이라고 하니 곧 그렇게 된다는 뜻이려니 하게 됩니다. 이름이 그렇게 들린다는 것은 학자들도 압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구간을 '중간 고혈당'이라 부르고 미국당뇨병학회가 꾸린 전문가 위원회는 '당뇨병 고위험 상태'라는 말을 썼습니다. 전단계라는 이름이 비판받아 온 첫째 이유가, 이 구간에 든 많은 사람이 당뇨병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3
숫자는 이름보다 느슨합니다. 여러 나라의 추적 연구를 묶은 그 종설에 따르면 전단계인 사람 가운데 해마다 5~10%가 당뇨병으로 넘어가고, 비슷한 비율이 정상 혈당으로 돌아갑니다.3 앞의 줄을 다시 봐도 짐작이 됩니다. 전단계는 마흔한 명인데 당뇨병은 열여섯 명입니다.1 전단계가 당뇨병으로 가는 외길이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차이입니다.
5~10%도 평균입니다. 어느 칸에 서 있느냐에 따라 갈리는데, 2004년까지 나온 추적 연구들을 묶은 분석이 칸마다 따로 세어 두었습니다. 식후 혈당만 높은 사람은 해마다 4~6%, 공복혈당만 높은 사람은 6~9%가 당뇨병으로 넘어갔고 둘이 함께 높은 사람은 15~19%였습니다.3
2004년까지의 추적 연구를 묶은 분석을 2012년 종설이 옮긴 숫자입니다. 막대는 범위의 가운데 값으로 그렸습니다.3
뒤에 나올 미국의 예방 연구에서 아무 처치도 받지 않은 쪽은 해마다 100명 가운데 11명이 당뇨병이 되었고, 핀란드의 연구에서는 4년 동안 23%였습니다.67 높은 숫자인데, 두 연구는 식후 혈당까지 높고 체질량지수가 평균 31에서 34인 분들을 모았습니다. 막대의 맨 아랫줄 쪽 분들입니다. 공복혈당 102를 처음 받은 분의 확률로 옮겨 읽을 숫자는 아닙니다.
공복혈당만 높은 분께 더 가까운 자료는 영국에 있습니다. 종설이 옮긴 영국의 한 주민 추적 조사에서, 처음에 공복혈당이 전단계 구간이던 사람의 55~80%는 10년 뒤에 잰 공복혈당이 정상이었습니다.3 다른 연구에서는 돌아간 비율이 훨씬 낮게 나오기도 해서 숫자 하나를 붙들 일은 아닙니다. 붙들 것은 방향입니다. 이 구간은 들어가는 문만 달린 방이 아니고, 걸어 나온 사람이 실제로 세어진 방입니다.
넘어가는 사람이 어떤 길로 넘어가는지도 그려져 있습니다. 영국의 화이트홀 II 연구는 뒷날 당뇨병이 된 사람들의 지난 13년을 거꾸로 따라갔습니다. 이분들의 혈당은 처음부터 조금 높기는 했어도 정상 범위 안에 꽉 붙들려 있었고,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진단 2~6년 전이었습니다. 인슐린이 덜 듣는 것은 13년 전에 이미 보였으며, 그 긴 시간 동안 췌장은 인슐린을 더 내어 모자란 몫을 덮고 있었습니다.3 숫자가 얌전했던 13년 동안 몸은 한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숫자가 금을 넘은 날을 병이 시작된 날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십여 년을 조용히 덮어 오던 몸이 처음으로 숫자에 티를 낸 날입니다. 해마다 열에 하나가 넘어간다는 말은 뒤집으면 올해는 열에 아홉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으시라는 얘기가 못 되는 것이, 그 올해가 열 번 쌓이면 셈이 달라지고 오르막은 끝에 가서 가팔라지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주는 것은 겁보다 시간입니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무엇을 해 볼 만큼은 되는 몇 해입니다.
04 · 연구
당뇨 전단계를 되돌린 사람들
그 몇 해 동안 무엇을 하면 길이 달라지는지를 잰 연구가 있습니다. 미국의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전단계 성인 3,234명을 모았습니다. 평균 나이는 쉰하나, 체질량지수는 34였고 열에 일곱이 여성이었으며 다섯에 한 명은 예순을 넘긴 분이었습니다.68 연구진은 이분들을 제비뽑기로 세 갈래로 나눠 한쪽에는 가짜 약을, 한쪽에는 메트포르민이라는 당뇨병 약을 주었습니다. 나머지 한쪽은 약 대신 숙제였습니다. 체중의 7%를 덜어 내고 한 주에 150분을 움직이라는 숙제입니다.
평균 2.8년 뒤에 세어 보니 당뇨병이 생긴 사람은 가짜 약 쪽이 해마다 100명에 11.0명, 약 쪽이 7.8명, 숙제를 받은 쪽이 4.8명이었습니다.6 줄어든 폭으로 말하면 생활 쪽이 58%, 약이 31%입니다. 3년 동안 한 사람의 발병을 막는 데 생활 프로그램은 6.9명이, 약은 13.9명이 참여해야 한다는 계산도 논문에 함께 실려 있습니다. 약보다 숙제가 셌습니다.
숙제라고 해서 대단한 것을 시킨 것도 아니어서, 열여섯 번의 교육으로 짠 과정을 따라 식사를 고치고 빠르게 걷는 정도의 운동으로 한 주 150분을 채우게 했을 뿐입니다.8 식사 조절하고 운동하시라는 말만큼 맥 빠지는 처방도 드뭅니다. 솔직히 저라도 진료실을 나서며 다 아는 얘기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 아는 얘기를 3천 명짜리 연구에 올려 재었더니 약의 두 배 가까운 숫자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다 아는 얘기가 아닙니다.
58%보다 오래 눈에 남는 대목은 그다음에 있습니다. 결과가 이만큼 벌어지자 연구진은 2001년 7월, 누가 진짜 약이고 누가 가짜 약인지 가린 채 주던 일을 멈췄습니다. 참가자들에게 결과를 알렸고, 이듬해 1월부터는 가짜 약을 받던 분들과 메트포르민을 받던 분들에게도 같은 열여섯 번의 과정을 모둠 수업으로 열어 주었습니다. 논문은 그렇게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필요했다고 적었습니다.8 듣는 줄 알면서 한쪽에만 주고 지켜볼 수는 없었다는 뜻입니다. 식사와 걷기가, 주지 않으면 윤리에 걸리는 치료의 자리에 올라간 날입니다.
그 뒤의 숫자가 재미있습니다. 가짜 약을 받던 분들 가운데 57%가 이 수업에 한 번 이상 나왔고, 그 뒤 여섯 해 가까이 이어진 추적에서 이 줄의 발병은 해마다 100명에 5.6명으로 내려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11.0명이던 줄입니다. 처음부터 생활 쪽이던 줄은 5.9명, 약을 이어 먹은 줄은 4.9명이었으니 세 줄이 한자리에서 만났습니다.8
전단계 성인 3,234명 가운데 2,766명이 뒤의 추적에 남았습니다. 아래 칸은 제비뽑기 비교가 끝나고 세 쪽이 모두 생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된 뒤의 숫자여서, 위 칸처럼 처치의 효과로 곧바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68
저자들은 풀이를 둘 내놓았습니다. 걸릴 사람이 앞의 3년에 이미 걸렸기 때문일 수 있고, 뒤늦게 받은 수업의 덕일 수도 있습니다. 앞의 풀이는 처음부터 생활 쪽이던 줄의 발병이 내내 비슷했다는 점과 잘 맞지 않는다고 저자들 스스로 적어 두었습니다. 저는 뒤의 풀이에 무게를 두되 이 숫자 하나로 못을 박지는 않겠습니다. 제비뽑기로 가른 비교가 이미 끝난 뒤의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미국만의 일도 아니었습니다. 한 해 앞서 나온 핀란드의 연구는 평균 쉰다섯 살의 과체중 성인 522명을 나눠 한쪽에만 한 사람씩 식사와 운동 상담을 붙였습니다. 목표는 다섯이었습니다. 체중을 5% 넘게 줄이고, 지방은 열량의 30% 아래로, 포화지방은 10% 아래로 먹으며, 식이섬유를 1,000kcal마다 15g 넘게 채우고, 한 주에 네 시간 넘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상담을 받은 쪽은 첫해에 평균 4.2kg이 빠졌고, 4년 동안 당뇨병이 생긴 사람은 11%와 23%로 갈렸습니다.7 다섯 가운데 채운 목표가 많을수록 덜 걸렸으며, 줄어든 폭은 여기서도 58%였습니다.3
가장 오래 따라간 것은 중국 다칭의 연구입니다. 1986년에 33개 진료소의 577명을 진료소 단위로 갈라 6년 동안 식사나 운동, 또는 둘 다를 지도했고, 그 뒤로 30년 동안 열에 아홉이 넘는 분의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지도를 받은 쪽은 당뇨병이 오는 때가 3.96년 늦었고, 심혈관 질환으로 숨진 사람과 전체 사망이 적었으며, 평균 수명이 1.44년 길었습니다.9 여섯 해 지도받은 것이 서른 해 뒤의 수명에 남아 있었습니다.
| 연구 | 누구에게 무엇을 | 결과 |
|---|---|---|
| 중국 다칭, 1986년 시작9 | 577명, 다니던 진료소에서 6년 동안 식사·운동 지도 | 30년 뒤 발병 3.96년 늦춤, 수명 1.44년 김 |
| 핀란드, 2001년 발표7 | 522명, 한 사람씩 식사·운동 상담과 다섯 가지 목표 | 4년 누적 발병 11% 대 23% |
| 미국, 2002년 발표6 | 3,234명, 열여섯 번의 교육으로 체중 7% 감량과 주 150분 운동 | 발병 58% 감소 (약은 31%) |
세 연구 모두 식후 혈당이 높은 전단계 성인이 대상입니다.
약도 제 몫을 했습니다. 메트포르민은 발병을 3분의 1 가까이 줄였습니다. 이 표에서 가져올 것은, 이 구간에서만큼은 생활이 약에 뒤지지 않는 처방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병은 흔치 않습니다. 세 연구의 참가자가 모두 식후 혈당이 높은 분들이었다는 것은 적어 둡니다. 공복혈당만 높은 분께 같은 폭이 그대로 옮겨진다는 데까지는 이 자료가 가 주지 않습니다.
미국의 연구는 그 뒤로도 이어져 처음부터 10년을 채웠습니다. 생활 쪽 분들은 첫해에 평균 7kg을 뺐고, 10년 뒤에는 처음보다 2kg쯤 가벼운 자리까지 돌아와 있었습니다. 다이어트로 보면 요요입니다. 그런데 그 10년 동안 당뇨병이 생긴 사람은 가짜 약 쪽보다 34% 적었고, 당뇨병이 오는 때로 세면 4년쯤 늦었습니다. 약 쪽은 18%와 2년이었습니다.8 돌아온 5kg은 헛수고가 아니었습니다. 체중이 돌아온 것을 실패로 세는 셈법으로는 보이지 않는 결과이고, 그 셈법은 다이어트 요요를 다룬 글에서 따진 바 있습니다.
위는 생활 프로그램에 들었던 분들의 평균 체중 변화, 아래는 가짜 약 쪽에 견주어 당뇨병이 늦게 온 시간입니다.8
나이 드신 분께 드릴 숫자도 이 연구에 있습니다. 예순에서 여든다섯 사이에 시작한 분들은 생활 프로그램으로 10년 동안 발병이 49% 적었고, 이 나이대에서 약은 뚜렷한 차이를 내지 못했습니다. 석 달마다 열린 수업에 나온 비율도 이분들이 스물다섯에서 마흔넷 사이인 분들의 두 배쯤이었는데, 저자들은 직장과 아이 돌보는 일의 차이일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8 이 나이에 뭘 바꾸겠느냐는 말씀과는 반대쪽을 가리키는 자료입니다. 젊은 분께는 모자란 것이 의지보다 시간표였다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05 · 체중
체중을 얼마나 빼면 되나
생활 프로그램 안에서도 무엇이 일을 했는지를 가려 본 분석이 있습니다. 미국 연구에서 생활 쪽에 든 1,079명만 따로 들여다보았더니, 식사의 내용과 운동과 체중 가운데 발병을 가장 크게 가른 것은 체중이었습니다. 1kg이 빠질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16%씩 낮았고, 5kg으로 세면 58%가 낮았습니다.10
프로그램이 건 목표는 체중의 7%였습니다. 70kg인 분에게는 5kg쯤입니다. 다이어트 광고가 내거는 숫자에 견주면 초라한 목표인데, 3천 명짜리 연구가 건 목표가 그만큼이었고 그 목표로 58%가 나왔습니다. 이 병 앞에서는 싱거운 숫자가 가장 센 숫자입니다.
공복혈당이 높은 분께 체중 얘기가 특히 닿는 까닭도 있습니다. 비만이 느는 것은 식후 혈당보다 공복혈당을 더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2012년 종설의 풀이입니다.3 밤새 당을 푸는 간과 그것을 조이는 인슐린의 사정이 체중계 위에서 다시 만납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체질량지수가 평균 34인 분들에게서 나왔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 분께도 같은 폭인지는 이 자료가 답하지 않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연구가 참가자를 받은 문턱입니다. 체질량지수 24 이상을 받되 아시아계 미국인은 22부터 받았습니다.8 키 160cm인 분이라면 57kg쯤에서 넘는 숫자입니다. 겉으로 보통 체격인 분도 우리 체형에서는 이 길목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연구가 문턱에서부터 인정하고 들어갔습니다.
체중계의 숫자 하나로는 모자랍니다. 같은 57kg이어도 체지방과 근육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는 체중계가 말해 주지 않아서, 디어에서는 다이어트 진료의 첫날에 체성분부터 잽니다.
06 · 식후
혈당 스파이크 증상, 밥 먹고 졸린 것
여기서부터는 식후의 숫자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병의 이름이 아니고, 식사 뒤에 혈당이 가파르게 올랐다 내려오는 모양을 부르는 말입니다. 이름이 뾰족해서 실제보다 무섭게 들리는 편입니다. 식사 뒤에 혈당이 오르는 것 자체는 건강한 몸에도 있는 일이고, 다만 그 폭이 54mg/dL를 넘는 일이 드뭅니다.3 연속혈당측정기를 단 사람들을 본 미국의 연구에서는 표준 검사로 정상인 사람들도 하루의 15%는 전단계 범위에, 2%는 당뇨병 범위에 머물렀습니다.11 따질 것은 얼마나 높이, 얼마나 자주 오르느냐입니다.
식사 뒤에 유난히 졸리고 나른하며 집중이 흐려지는 것을 우리는 대개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넘깁니다. 저는 이것을 포만감보다 혈당의 오르내림으로 읽습니다. 흰밥처럼 탄수화물만으로 짠 식사를 빠르게 하면 혈당이 급히 오르고, 뒤따라 나온 인슐린이 그것을 끌어내립니다. 졸음은 그 내리막에서 옵니다. 오후 두 시의 회의가 유난히 긴 데에는 안건 말고도 까닭이 있습니다.
같은 양을 드셔도 채소와 단백질을 곁들여 천천히 드신 날은 덜 졸립니다. 소화가 천천히 이루어져 에너지가 오래 가기 때문이고, 그래서 식후의 오후를 정하는 것은 얼마나 먹었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먹었느냐입니다. 커피로 버티기에 앞서 탄수화물의 비율을 조금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채우고, 식사 속도를 늦추며, 식사와 잠의 시간을 일정하게 하시라고 권합니다.
- 탄수화물만으로 빠르게 드신 식사. 혈당이 급히 오릅니다.
- 인슐린이 뒤따라 나오며 떨어지는 내리막. 나른함과 졸음이 오는 자리입니다.
- 채소와 단백질을 곁들여 천천히 드신 식사. 낮게 오르고 완만하게 돌아옵니다.
설명을 위해 그린 개념도이며 실제로 잰 값이 아닙니다. 가로 점선은 식사 전의 높이입니다.
졸리다고 모두 혈당 탓으로 돌리지는 않습니다. 생리 전에는 호르몬이, 환절기에는 달라진 활동량과 기온이 같은 졸음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점심만 먹으면 졸리다는 말씀과 생리 전만 되면 유독 졸리다는 말씀을 봄철 외래에서 나란히 듣게 되는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식사의 짜임을 바꿔 본 뒤에도 졸음이 그대로라면 혈당 말고 다른 쪽을 볼 차례입니다.
07 · 스트레스
스트레스 받으면 단것이 당기는 이유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욕이 조금씩 잡혀 가던 분도 스트레스를 받는 주에는 단맛이 유난히 당긴다고 하십니다. 평소에 잘 버티던 분들도 그렇습니다. 입맛이 변한 것이 아니고 몸이 순서대로 일한 결과입니다. 스트레스가 들어오면 몸은 누군가와 싸우는 상태로 넘어가고,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 부신으로 이어지는 축이 켜지면서 코르티솔이 나옵니다. 앞에서 새벽마다 간을 재촉하던 바로 그 호르몬입니다.
싸우는 중인 뇌는 손이 많이 가는 연료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한창 싸우다 말고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없듯이 뇌도 밥 대신 곧바로 쓸 수 있는 포도당을 찾고,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초콜릿과 과자와 젤리입니다. 단것이 들어오면 도파민이 나와 긴장이 잠깐 풀립니다. 문제는 그 잠깐입니다.
빠르게 오른 혈당은 인슐린에 눌려 다시 떨어지고, 뇌는 또 단것을 찾습니다. 이 오르내림이 되풀이되는 사이에 집중이 흐려지고 피로와 불안, 가짜 허기가 따라옵니다. 가짜 허기는 생김새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오고, 특정한 음식만 떠오르며, 먹고 나서도 다 가시지 않습니다. 에너지가 모자라서 오는 배고픔과는 얼굴이 다릅니다.
이미 켜진 몸의 반응이라 참아서는 풀리지 않고, 억누르면 반동이 옵니다. 목표는 참는 상태보다 당기지 않는 상태에 둡니다. 단것이 당기는 날은 쉬고 싶다는 신호로 읽으시면 되고, 따뜻한 물 한 잔과 스트레칭,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것부터 해 보실 만합니다. "스트레스 받아서 과자 먹었어요"가 "요즘 단것이 너무 당겨서 주말에 푹 쉬었어요"로 바뀌면 혈당에도 체중에도 그쪽이 낫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단것을 멀리하는 사람은 못 됩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이 건네주시는 간식도, 직원들과 나누는 빵과 커피도 무척 즐깁니다. 환자분이 주신 과자를 안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단것이 '당기는' 느낌은 드물게만 느낍니다. 먹는 것과 당기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어서, 앞의 것은 즐거움이고 뒤의 것은 쉬라는 호출입니다.
혈당으로 보면 스트레스가 많은 주는 두 숫자가 함께 흔들리는 주입니다. 코르티솔은 아침의 숫자를 한때 끌어올리고, 뒤따라 들어온 단것은 식후의 숫자를 올립니다. 그런 주에 단것을 끊겠다는 결심이 무너졌다면 결심이 약했다기보다 순서가 거꾸로였던 것입니다. 쉬는 것이 먼저이고, 단것은 그다음에 다룰 일입니다.
08 · 음식
혈당 낮추는 음식을 찾기 전에, 건강식의 함정 다섯
혈당을 내려 준다는 음식은 해마다 새로 나옵니다. 그 목록을 따라가기보다 지금 드시는 것에서 빼는 편이 빠릅니다. 진료실에서 혈당 관리가 잘 안 되는 분들을 뵈면 '좋다고 꾸준히 드시던 음식'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일이 잦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보고 책에서 읽은 대로 챙겨 드신 분들입니다. 성실한 식탁입니다.
과일의 당, 요거트의 당과 지방, 씹지 않고 넘기는 속도. 이 셋이 한 컵에 겹치면 몸에 들어오는 빠르기가 달라집니다. 씹는 과정이 빠진 만큼 포만감은 줄고 혈당 반응은 커져서, 같은 바나나와 케일이라도 갈아 마신 날과 씹어 먹은 날에 몸이 받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수분이 빠지면 당은 진해지고 부피는 줄어듭니다. 작고 얇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손이 계속 가는데, 말린 무화과와 망고는 적은 양으로도 혈당을 빨리 올리고 겉에 설탕을 입힌 것은 더 그렇습니다. 다섯 가운데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음식입니다.
현미가 좋은 탄수화물이라는 말은 맞습니다. 다만 현미밥만 반찬 없이 빠르게 드시면 그 식사는 결국 탄수화물 한 가지로 짠 식사입니다. 현미칩과 현미 누룽지도 사정이 같아서, 탈이 난 곳은 현미보다 식사의 짜임 쪽입니다.
아몬드 음료나 귀리 음료는 건강한 대체품으로 보이지만 시판 제품에는 당을 더한 것이 많습니다. 귀리 음료는 곡물로 만든 음료여서 혈당 반응이 더 빠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름표가 주는 인상과 몸의 반응이 따로 가는 경우입니다.
설탕보다 나은 점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혈당 쪽에서 보면 흡수가 빠른 당이어서, 건강에 좋다는 말에 아침 공복마다 꿀을 한 스푼씩 드시거나 사과에 시럽을 곁들이는 일은 다시 생각해 보실 만합니다. 천연이라는 말이 혈당 앞에서 면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갈아 마시는 것과 씹어 먹는 것의 차이는 큰 자료에서도 비칩니다. 미국의 간호사와 의료인 18만 7천여 명을 스무 해 안팎 따라가는 사이에 12,198명에게 당뇨병이 생겼습니다. 통과일을 한 주에 세 번 더 먹는 사람은 위험이 2% 낮았고, 과일 주스를 그만큼 더 마시는 사람은 8% 높았습니다.12 지켜보기만 한 조사이니 주스가 원인이라고 못 박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같은 과일이 형태에 따라 금의 이쪽과 저쪽에 놓인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다섯 가지를 꿰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과 내 몸의 지금 상황에 맞는 음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혈당은 당이 많으냐 적으냐, 천연이냐 아니냐로 갈리지 않고, 얼마나 빨리 흡수되는지와 무엇과 함께 먹는지, 어떤 상태의 몸에 들어오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음식에 붙은 이미지를 따라가면 목록이 끝없이 길어지고, 내 몸의 반응을 기준으로 삼으면 목록이 짧아집니다.
09 · 빵
빵은 끊어야 하나
이쯤에서 빵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혈당지수(GI)는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를 나타낸 숫자입니다. 이 숫자로 줄을 세우면 흰 밀가루와 흰쌀밥, 설탕이 높은 쪽에 서고 귀리와 렌틸콩, 채소, 통곡물, 호밀, 현미가 낮은 쪽에 섭니다. 정제한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든 빵이 혈당을 빨리 올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밀가루를 줄이시라고 말씀드리면 그럼 다 끊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돌아오곤 합니다.
제 답은 끊지 않으셔도 된다는 쪽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베이글을 좋아합니다. 토핑을 잔뜩 올린 빵보다 따뜻하게 데운 베이글처럼 기본에 충실하고 식감이 좋은 빵에서 만족이 큰 편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때 나오는 도파민도 행복의 재료라고 생각하고, 욕구를 지나치게 누르면 식욕이 한꺼번에 터지기 쉽다는 것도 압니다. 결혼식이나 체급 경기처럼 날짜가 박힌 목표를 두신 경우를 빼면, 식단은 조금 완만해도 괜찮습니다.
빵을 고르신다면 정제한 밀가루보다 통곡물로 만든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끊는 대신 먹는 방식을 다섯 군데 고칩니다. 채소나 단백질, 통곡물처럼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것과 곁들이고, 아침 공복보다 식사 뒤의 디저트로 드시며, 한 번에 다 드시지 말고 나눠 드십니다. 저녁이나 밤보다 활동이 많은 낮에 드시고, 드신 뒤에는 20분쯤 걷습니다.
다섯 군데 가운데 빵 자체를 건드리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치는 것은 언제, 무엇과, 얼마나 한꺼번에 먹느냐이고, 음식 다섯 가지를 꿰던 기준이 빵에서도 그대로입니다. 커피와 빵은 제 휴일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인데, 금지에서 시작한 식단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10 · 걷기
식후에 걷는 것
빵 먹는 법의 다섯째가 식후 20분 걷기였습니다. 운동 지도자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들이는 품에 견주어 돌아오는 것이 이만큼 많은 운동도 드뭅니다. 근거도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는 사이사이에 잠깐씩 서 있게 하거나 가볍게 걷게 한 시험 일곱 편을 모은 분석입니다. 같은 사람이 날을 바꿔 가며 계속 앉아 있는 날과 서는 날, 걷는 날을 모두 겪는 방식이었고, 참가자는 주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성인이었습니다. 가볍게 걸은 날은 식후 혈당과 인슐린이 모두 낮았습니다. 서 있기만 한 날은 혈당이 조금 낮았으나 인슐린은 차이가 없었습니다.13 하루씩 본 시험들이라 몇 달 뒤의 당화혈색소까지는 말해 주지 못합니다. 말해 주는 것은 운동복이 없어도 식사 뒤의 오르막은 깎인다는 데까지입니다.
운동복이 필요한 쪽의 숫자는 앞의 미국 연구에 있습니다. 생활 프로그램이 건 운동 목표는 빠르게 걷는 정도로 한 주 150분, 하루로 나누면 20분 남짓이었습니다. 첫해에 감량 목표를 채우지 못한 495명 가운데서도 이 운동 목표를 채운 분들은 당뇨병이 44% 적게 생겼습니다.10 체중계가 꿈쩍하지 않는 달에도 걸은 몫은 따로 남는다는 뜻입니다. 체중계가 야속한 달에 꺼내 보실 숫자입니다.
식후 20분을 이레 채우면 140분이니, 빵 먹는 법의 다섯째는 걸음만 조금 재게 하면 3천 명짜리 연구의 운동 목표와 거의 같은 숫자가 됩니다. 점심을 드시고 자리로 곧장 돌아가지 않는 것부터 하시면 됩니다. 한 바퀴면 됩니다.
11 · 디어한의원
혈당 낮추는법, 디어한의원에서 보는 것
앞의 연구들에서 옮겨 올 것은 숫자보다 방법의 꼴입니다. 58%를 낸 사람들은 혼자 결심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열여섯 번의 교육을 받았고, 핀란드에서는 한 사람씩 상담을 받았으며, 다칭에서는 다니던 진료소에서 6년을 지도받았습니다. 거꾸로 미국 연구가 석 달에 한 번 여는 모둠 수업으로 바뀐 뒤에는 나오는 사람이 다섯에 한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8 다 아는 얘기가 숫자를 낸 것은, 정해진 날에 누군가와 다시 만나 고쳐 가던 동안이었습니다.
디어의 진료가 닿는 곳이 거기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혈당을 혈액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소화 기능과 간의 대사, 자율신경의 균형까지 함께 살핍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자리와 겹칩니다. 밤사이 당을 푸는 간, 새벽과 스트레스에 오르는 코르티솔, 식사의 속도와 짜임이 그것입니다. 스트레스와 단것을 다룬 글에서 저는 현대의학의 호르몬과 한의학의 기(氣)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현상을 설명한다고 적었는데, 혈당을 두고도 두 언어가 가리키는 자리는 멀지 않습니다. 치료의 방향은 혈당을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들어온 당을 잘 쓰고 잘 내보낼 수 있는 몸 상태를 찾는 데 둡니다.
처방에는 황기와 지황, 맥문동, 계지, 산약, 산수유처럼 혈당 조절과 관련해 연구되어 온 약재를 쓰는 것이 있고, 그 조합은 체질과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활 관리가 함께 이어질 때 그 효과가 오래갑니다.
한약이 맡는 일을 저는 이렇게 적어 둔 적이 있습니다.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가짜 허기를 없애서 폭식을 막고 식욕을 낮추는 것. 참으라고 드리는 약이 아니고, 당기지 않는 상태를 만들려고 드리는 약입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주의 단것이나 밤늦은 탄수화물처럼 의지로 막으려다 번번이 지는 자리가 한약이 거드는 자리입니다. 마음과 소화기가 함께 지쳐 있을 때에는 기운을 보태고 소화기를 회복시키는 처방을 주로 씁니다.
저는 운동 지도자 경력이 있고, 먹는 데에는 아끼지 않는 애식가입니다. 그래서 식단을 말씀드릴 때 좋아하시는 음식부터 지우지 않습니다. 안 먹는 법보다 잘 먹는 법을, 일상에서 스트레스 없이 오래 이어 갈 수 있는 쪽으로 함께 찾습니다. 베이글을 끊으라고 할 원장이 못 된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들켰습니다.

체중이 걸려 있는 분은 다이어트 진료로 이어집니다. 첫날 체성분을 재고, 탕약은 2주 단위로 다시 지으며, 그 사이의 식욕과 식사, 잠과 소화를 함께 봅니다. 2주마다 다시 짓는다는 것은 2주마다 다시 뵙고 고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혼자 하는 결심과는 거기서 갈립니다.
약을 쓸 금은 넘지 않았는데 혼자서는 식사와 잠이 잡히지 않는 분, 그 사이의 몇 해가 제가 거들 수 있는 구간입니다. 검진 결과지를 가져오시면 혈당 칸 옆의 간 수치와 중성지방도 같이 보겠습니다. 드시고 계신 약이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그것까지 보고 처방합니다. 몇 해 전 결과지가 남아 있으면 함께 가져오십시오. 숫자가 어느 해부터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는 한 장으로 안 보입니다. 결과지 사진을 톡톡으로 먼저 보내 주셔도 됩니다. 예약 우선제로 진료하고 있어서 내원하시기 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12 · 오늘부터
다음 검진까지 할 일
할 일은 네 가지면 됩니다. 식사는 되도록 같은 시간에 하고, 공복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하며, 잠을 충분히 자고, 식사 뒤에는 가볍게 걷습니다. 넷 가운데 음식 이름은 없습니다. 단것을 끊겠다는 결심보다 이 넷이 아침의 숫자에 먼저 닿기 때문입니다. 넷을 다 못 하셔도 되니 그중 가장 만만한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하나부터입니다.
다음 검진을 앞둔 분께 드릴 숫자가 하나 남았습니다. 미국 연구의 참가자들을 더 따라갔더니, 처음 3년 사이에 한 번이라도 정상 혈당으로 돌아간 적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잠깐이었더라도 뒤이은 몇 해 동안 당뇨병 위험이 56% 낮았습니다. 저절로 돌아갔든 생활로 돌아갔든 약으로 돌아갔든 같았습니다.3 돌아간 덕인지 돌아갈 만한 몸이었는지는 이 숫자가 가르지 못합니다. 그래도 다음 결과지의 그 칸에 정상이 한 번 찍히는 일은 기분 이상의 값을 합니다.
처음의 물음은 먹은 것이 없는 아침에 그 당이 어디서 왔느냐였습니다. 간에서 왔고, 그 간을 재촉한 것은 밤과 잠과 긴장과 그동안의 체중이었습니다. 혈당은 그저 숫자가 아니고 몸이 그동안 어떻게 버텨 왔는지를 알려 주는 신호라고 제가 적은 적이 있는데, 십여 년을 인슐린을 더 내어 가며 덮어 온 췌장을 떠올리면 그 문장이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결과지의 한 줄은 그렇게 버텨 온 몸이 처음으로 낸 소리입니다. 일찍 들으셨습니다. 다음 검진에서 같은 칸을 다시 보시면 되고, 그 사이에 결과지를 들고 오시면 같이 읽겠습니다.
13 · FAQ
공복혈당과 당뇨 전단계, 자주 묻는 질문
단것을 안 먹는데 공복혈당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복혈당은 여덟 시간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뒤에 잰 숫자여서, 전날 먹은 단것보다 밤사이 간이 내보낸 당과 그것을 누르는 인슐린의 균형을 보여 줍니다. 공복혈당만 높은 분들은 간에서 인슐린이 덜 듣는 것이 두드러지고, 모자란 잠과 스트레스도 이 숫자를 올립니다.
당뇨 전단계는 꼭 당뇨병이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추적 연구를 묶은 자료에서 전단계인 사람은 해마다 5~10%가 당뇨병으로 넘어갔고, 비슷한 비율이 정상 혈당으로 돌아갔습니다. 공복혈당만 높은 경우는 해마다 6~9%였습니다.
당뇨 전단계는 되돌릴 수 있나요?
미국의 예방 연구에서 체중의 7%를 줄이고 한 주에 150분을 움직인 쪽은 약 3년 동안 당뇨병 발생이 58% 적었습니다. 핀란드와 중국의 연구도 같은 방향이었고, 그 사이 한 번이라도 정상 혈당으로 돌아간 사람은 뒤이은 몇 해의 당뇨병 위험이 56% 낮았습니다.
체중을 얼마나 빼야 하나요?
미국 예방 연구의 목표는 체중의 7%였고, 그 참가자들을 분석했을 때 1kg이 빠질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16%씩 낮았습니다. 70kg인 분에게 7%는 5kg쯤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병인가요?
진단명은 아니고, 식사 뒤에 혈당이 가파르게 올랐다 내려오는 모양을 부르는 말입니다. 검사로 정상인 사람에게도 식후 상승은 있으며, 얼마나 높이 얼마나 자주 오르는지가 관건입니다.
밥 먹고 졸린 것도 혈당 때문인가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빠르게 하면 혈당이 급히 올랐다가 떨어지고, 그 내리막에서 졸음과 나른함이 옵니다. 채소와 단백질을 곁들여 천천히 드시면 덜합니다. 생리 전이나 환절기의 졸음처럼 혈당 말고 다른 까닭인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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