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은 예로부터 막힌 것을 뚫고 약 기운을 끌고 들어가는 약재로 알려져 왔습니다. 『동의보감』은 사향을 두고 通關透竅, 구멍을 열어 통하게 한다고 적었고,1 공진단에서 사향이 빠질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해 온 것도 그래서일 터. 그 이름값은 지금도 그대로인지라, 공진단은 대개 '사향이 몇 mg 들었는가'라는 숫자로 이야기되고, 또 팔리고는 합니다.
다만 정말 내가 '똑똑한 소비자'라면, 조금 더 명탐정 코난 같은 렌즈를 낄 필요도 있습니다. 같은 30mg이라도 그 안에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숫자 하나가 결코 말해 주지 못하기에 그렇습니다.
예컨대, 같은 울 90%의 옷이더라도 어떤 양에서 얻은 털인지, 어떻게 짰는지에 따라 어떤 것은 샤넬이 되고, 어떤 것은 그냥 울 코트로 남듯이 말입니다.
원방에는 '한 환'이 없습니다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금 뜻밖의 데가 나옵니다. 『동의보감』의 공진단 조문은 녹용·당귀·산수유를 각 4냥, 사향을 5돈 넣어 가루 내고, 오동씨만 하게 환을 빚어 한 번에 70~100환을 먹으라고 적었습니다.1 지금 우리가 아는 금박 입힌 큼직한 한 알과는 꽤 다른 모양이라, 원방에는 애초에 '한 환에 사향 몇 mg'이라는 물음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던 셈입니다.
원방이 정해 둔 것은 한 알의 무게가 아니라 비율입니다. 1냥이 10돈이니 녹용·당귀·산수유를 합하면 120돈, 여기에 사향 5돈이 더해져 모두 125돈이 되고, 사향은 그 가운데 25분의 1을 차지합니다. 무게로는 가장 적은 약재이면서, 원문이 굳이 '따로 간다(另硏)'고 적어 둔 그 25분의 1입니다.
- 녹용 4냥40돈 · 32%
- 당귀 4냥40돈 · 32%
- 산수유 4냥40돈 · 32%
- 사향 5돈5돈 · 4%
이 비율을 손에 쥐고 다시 숫자를 보면, 물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생깁니다. 한 환에 사향이 몇 mg 들었는지는 환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고, 반죽에 무엇을 얼마나 섞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큰 환에 든 100mg과 작은 환에 든 100mg은 같은 숫자여도 같은 비율이 아닙니다. 그러니 숫자를 들었다면 한 번 더 묻게 됩니다. 그 환이 몇 g인지, 그 안에서 사향이 어떤 비율인지.
같은 비율이라면, 같은 사향일까요?
사향의 주성분은 무스콘(muscone)입니다. 사향의 향도, 약재로서의 성질도 이 성분과 함께 이야기되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규격은 말린 사향에 l-무스콘이 2.0% 이상 들어 있어야 한다고 정해 두었습니다.2 중국약전 2020년판도 같은 2.0%를 기준으로 삼습니다.3 기준을 숫자로 정해 두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사향이라고 해서 무스콘이 다 같지는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보여 준 연구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기른 사향노루에게서 얻은 사향 두 묶음을 기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으로 쟀더니, 한쪽은 무스콘이 약 1.86%였고 다른 쪽은 0.0035%에 그쳤습니다.4 연구진은 그 차이를 채취 기간에서 찾았습니다. 한쪽은 1년 동안 모인 분비물이었고, 다른 쪽은 석 달이 채 안 된 것이었습니다. 두 묶음만 잰 연구라 시중 사향이 모두 이렇게 들쑥날쑥하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같은 '사향 100mg'이라는 말 안에 이만한 폭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보여 줍니다.
그렇다면 무스콘 함량만 확인하면 될까 싶지만, 여기서 한 번 더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무스콘은 합성도 됩니다. 중국은 1990년대에 합성 무스콘을 주성분으로 한 인공사향을 내놓았고,5 천연 사향의 무스콘이 거울에 비친 두 꼴 가운데 한쪽인 (R)-(−)형뿐인 데 비해,6 합성 무스콘은 대개 두 꼴이 반씩 섞인 채로 만들어집니다. 흔히 쓰는 분석법으로는 이 둘이 잘 가려지지 않습니다.7 우리 규격이 기준 물질을 그냥 무스콘이 아니라 'l-무스콘'으로 적어 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대만 법의학연구소가 사향을 넣었다는 약품들을 분석한 연구는, 위조품에 흔히 섞이는 것으로 머스크 자일렌·머스크 케톤 같은 향료용 합성 머스크를 꼽기도 했습니다.8 공진단의 사향이 어떤 기준으로 확인되는지는 「공진단 효능」 칼럼에서도 다뤘습니다.
DEAR · 확인할 수 있는 것
디어한의원은 무엇을 보여 드릴까요?
여기까지 오면 숫자 하나로 사향을 가늠하기가 왜 어려운지가 보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일은 아닙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겹쳐 보면 됩니다.
디어한의원은 CITES 스티커와 라벨이 붙은,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사향만 씁니다. 사향노루는 1979년 CITES 부속서에 올랐고, 1983년부터는 일부 지역의 개체군이 가장 엄격한 부속서 I에 들어 있어서,9 사향은 정해진 서류를 거치지 않고서는 들여올 수 없는 약재가 되었습니다. 라벨은 그 서류가 사향에 남긴 흔적입니다.
공진단을 처방받으시는 분께는 조제에 쓴 사향과 그 무스콘 함량을 설명해 드립니다. 몇 mg이라는 숫자를 앞에 내세우는 대신, 숫자를 궁금해하시는 분께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함께 보여 드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처방이 정해진 뒤에야 한 분 몫씩 빚습니다. 사향은 향이 곧 약재의 성질이라, 미리 만들어 둔 만큼 향이 날아갈 시간이 길어집니다. 녹용을 가루로 받지 않고 정식 수입 필증을 받은 분골을 통째로 들여와 원내에서 직접 가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 나왔습니다. 들어온 뒤에 무엇이었는지 가려낼 수 없는 꼴로는 받지 않는다는 것. 사향을 다루는 자세한 과정은 「사향 공진단」 칼럼에 사진과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사향은 몸에서 무엇을 할까요?
그렇다면 사향은 몸에 들어가 정확히 무엇을 할까. 이 물음 앞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편이 정직합니다. 무스콘을 다룬 현대 연구는 세포와 동물에서 뇌혈관·심혈관·신경을 들여다본 것이 대부분이고, 2020년 이를 정리한 총설도 작용의 많은 부분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10
그래서 효능을 단정하는 말 대신, 옛 의서가 사향을 어떤 자리에 두었는지와 지금 이 한 환에 무엇을 넣었는지를 말씀드립니다.
이 기록은 수백 년 동안 처방 안에서 같은 자리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 자리를 비우지 않고, 확인한 사향으로 채우는 것. 원방을 따른다는 말이 실제로 뜻하는 바는 거기에 있을 터입니다.
샤넬 코트를 고르는 사람은 '울 90%'라는 표기 하나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원단을 만져 보고, 어디서 온 털인지 묻고, 라벨을 뒤집어 봅니다. 공진단도 다르지 않아서, '사향 몇 mg'이라는 숫자는 묻기 시작하는 자리이지 묻기를 끝내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 숫자가 어떤 비율에서 나왔는지, 그 사향이 어떤 서류를 거쳐 들어왔는지, 무스콘은 얼마였는지. 궁금한 것을 들고 오시면, 드실 분을 먼저 진찰하고 그 자리에서 함께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예약 우선제로 진료하고 있어서 내원하시기 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공진단 한 환에 사향은 몇 mg 들어가나요?
『동의보감』 원방은 한 환의 무게가 아니라 비율을 정했습니다. 녹용·당귀·산수유 각 4냥에 사향 5돈, 사향은 약재 전체의 25분의 1입니다. 디어한의원 공진단의 구성과 환 수는 진찰한 뒤 정하고, 조제에 쓴 사향과 무스콘 함량을 설명해 드립니다.
무스콘 함량이 높으면 좋은 사향인가요?
식약처 규격은 말린 사향에 l-무스콘이 2.0% 이상 들어 있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다만 무스콘은 합성도 되어서, 함량 수치 하나만으로 천연 사향인지를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정식 수입 서류와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인공사향과 천연 사향은 같은가요?
인공사향은 1990년대 중국에서 합성 무스콘을 주성분으로 만든 것입니다. 천연 사향의 무스콘은 (R)-(−)형이고, 합성 무스콘은 대개 두 꼴이 섞여 있습니다. 디어한의원 공진단에는 CITES 라벨이 붙은 정식 수입 사향을 씁니다.
원방 공진단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나요?
흔히 『동의보감』에 실린, 녹용·당귀·산수유 각 4냥에 사향 5돈을 넣은 공진단을 말합니다. 원방에서 사향은 약재 전체의 25분의 1입니다.
진료는 어떻게 받나요?
예약 우선제로 진료하고 있어서 내원하시기 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네이버 예약이나 전화(02-3486-1777)로 시간을 잡아 주세요. 월·화·수·금 10시~20시(점심시간 13시~14시), 목 14시~20시, 토 10시~15시에 진료합니다.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 서초동에 있으며 주차는 2시간 무료입니다.
참고 자료
- 임석현·정창현·장우창·추면·백유상. 拱辰丹 方義에 대한 고찰 – 『東醫寶鑑』의 내용을 중심으로.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2020;33(4):107–130. doi.org/10.14369/jkmc.2020.33.4.107
- 식품의약품안전처. 사향 규격(KHP161) — "이 약을 건조한 것은 정량할 때 l-무스콘 2.0 % 이상을 함유한다." mfds.go.kr
- 国家药典委员会. 中华人民共和国药典 2020年版 一部 — 麝香(含麝香酮 不得少于2.0%). shennongalpha.westlake.edu.cn
- Wang S, Shang Y, Liang C, et al. Binary Eluent Based Vortex-Assisted Matrix Solid-Phase Dispersion for the Extraction and Determination of Multicomponent from Musk by Gas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J Anal Methods Chem 2021:9913055. doi.org/10.1155/2021/9913055
- Liu K, Xie L, Deng M, et al. Zoology, chemical composition, pharmacology, quality control and future perspective of Musk (Moschus): a review. Chinese Medicine 2021;16:46. doi.org/10.1186/s13020-021-00457-8
- Fujimoto S, Yoshikawa K, Itoh M, et al. Synthesis of (R)- and (S)-muscone. Biosci Biotechnol Biochem 2002;66(6):1389–1392. doi.org/10.1271/bbb.66.1389
- Rijal JPD, Shakya BR, Jha DK, et al. Characterization of Muskdeer Hair & Identification of Muscone using Gas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Scientific World 2009;7(7):68–70. doi.org/10.3126/sw.v7i7.3829
- Lin DL, Chang HC, Huang SH. Characterization of allegedly musk-containing medicinal products in Taiwan. J Forensic Sci 2004;49(6):1187–1193. pubmed.ncbi.nlm.nih.gov/15568689
- CITES Species+. Moschus spp. — 1979년 부속서 II, 1983년부터 아프가니스탄·부탄·인도·미얀마·네팔·파키스탄 개체군 부속서 I. speciesplus.net
- Wang J, Xing H, Qin X, et al. Pharmacological effects and mechanisms of muscone. J Ethnopharmacol 2020;262:113120. doi.org/10.1016/j.jep.2020.113120
DEAR KOREAN MEDICINE CLINIC
01
02
03